정치사상행정

정부조직 기관장의 임기

좋은 나팔 2009. 1. 30. 04:16

신임 농촌진흥청장 부임에 즈음한 小考


지난 1월 23일자로 농촌진흥청장이 새로 부임하였다. 전임 청장이 어려운 시기에 발령을 받아 10개월 남짓 재직하는 동안 조직과 인사 등 대대적인 개편을 하고 업무개혁을 추진하는 등 한창 일을 벌려놓은 상태에서 한 조직의 최고 리더가 교체된 것이다.

먼저, 신임 청장에게 혁신의 바톤을 이어받아, 농촌진흥기관이 농업인은 물론, 다른 산업에 종사하는 국민들을 위해 더욱 기여하는 정부조직으로서 위상이 강화될 수 있는 리더십 발휘를 기대하면서, 청장 교체에 따른 몇 가지 소감을 피력해 본다.

농촌진흥청장은 차관급 중앙행정기관장으로서 농촌진흥청이 전신인 농사개량원(1947년)과 농업기술원(1949년), 그리고 농사원(1957년)의 뒤를 이어 1962년에 발족한 이래 22대째에 이르고 있다. 역대 청장들의 임기는 짧게는 7개월에서 길게는 12년 1개월이었는데, 2000년대에 발령을 받아 재직한 16대~21대(2001.4.1~2009.1.22)의 6명 청장의 경우에는 10개월에서 2년 1개월의 임기로 평균 1년 3개월이었으며, 이중 자체 내부 승진자는 1명이었다.

중앙의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의 농업기술센터 등의 농촌진흥기관은 영농기술의 연구개발과 보급교육, 농촌인력의 육성, 농촌자원의 개발 보전과 농촌생활의 개선 등 농업ㆍ농촌의 발전을 위한 전문적 기능을 수행하여 왔으며, 국민식량(쌀)의 자급과 사시사철 신선채소의 생산 등 이른바 녹색혁명과 백색혁명의 달성으로 이제는 먹을거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차고 넘쳐서 문제가 될 정도의 풍요로운 사회의 밑거름을 다지는데 많은 기여를 하여왔다.

그러나, 국가의 고도 산업화 발전과정에서 농업ㆍ농촌의 위상이 낮아지고, 농산물 수입 개방 등 농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농업관련 공공조직의 감축조정 필요와 함께 농업연구개발과 농촌지도보급 기능을 주로 하는 농촌진흥기관의 개혁 요구가 수시로 제기되었고,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적응하고자 지속적인 조직개편을 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1월16일에는 새 정부 출범에 앞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농촌진흥청의 정부출연기관화(민영화) 계획을 발표하였다. 막무가내식의 농촌진흥청 개편안은 농업인 및 관련단체의 반발은 물론, 심지어 다수의 국회의원 까지도 반대하는 등 큰 저항으로 인하여 유보되었으나 그 후에도 조직혁신 과제는 농촌진흥청에 계속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여왔다.

이런 와중에 새 정부에서 발령을 받은 청장이 작년 3월에 부임하여 10개월 만인 금년 1월에 교체된 것이다. 요즘같이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과연 1년 남짓의 임기에 쫓기는 리더가 있다면 그는 무엇을 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더군다나 그가 여기에서 공직생활을 마감하지 않고 앞으로 더 입신양명(立身揚名)하고 싶다면 어떤 역할로 평가자(기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조직의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 요구되는 리더십으로 카리스마 리더십(Charismatic Leadership) 또는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이 종종 거론되는데, 조직혁신의 비전을 제시하고, 조직의 목적에 조직구성원들 개개인 삶의 목적을 일치시키며 조직의 목적달성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 모두가 리더와 조직성원 간의 돈독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과연 외부에서 투입된 1년 임기의 리더에게 가능할 것인지 거듭 검토가 필요한 과제이다.

전임 청장이 10개월 동안 재직하면서 상당한 혁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속 연구기관은 대 기능별로 유사기능을 통ㆍ폐합하고, 어젠다(Agenda, 대형연구주제) 중심의 연구ㆍ개발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과 중심 연구체계를 전환하여, 유사분야 연구기관 또는 전문 연구인력 간 협력연구로 시너지 효과를 높이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9개 소속 기관을 5개 기관으로 통폐합하고 본청의 조직과 기능을 조정하였다. 또한 인적 쇄신의 명분으로3급 이상 및 4급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발령(동시에 10명 이상의 이동 및 명퇴 등)을 10회 정도 시행하였다.

과연 이같은 조직개혁이 짧은 기간에 우리나라 농업ㆍ농촌의 발전과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정당한 절차와 합리적 방법에 의해 시행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3월에 부임하여 10월에 관련 법규를 개정하여 조직개편을 하기 까지 7개월 동안에 60여년의 전통을 가진 농촌진흥기관의 농업ㆍ농촌관련 기술정보의 연구개발ㆍ보급교육 기능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조직개혁에 대한 비전 및 전략의 수립, 그리고 이에 걸맞은 조직 및 기능의 조정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러한 의문은 조직개편 관련 법령(직제와 직제시행규칙)과 사무분장 규정에 특정업무에 대한 소관부서가 서로 다르거나 누락된 사례, 용어의 부적절성 등에서 서두른 흔적이 보인다. 인력관리 면에서는, 직종 간(연구, 지도, 행정, 기술직 등) 벽을 허물고 유능한 인사에게 보직을 부여함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직위별 복수직 확대와 인사개혁 등에 의하여 대폭적인 인사발령이 이루어졌는데, 나름대로의 장점과 함께 우려되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예를 보면, 인사이동이 된 후 불과 몇 개월 안에 동일 부서 또는 유사한 기능의 부서에 복귀 발령된 일, 이동 발령 시 본인의 명예나 자존심을 훼손할 수 있는 차 하급 직위에 발령내거나, 동일 직급의 직위에 이동 발령된지 몇 개월 안 되어 해당 직위에서 해임된 사례, 복수직제 활용 명분으로 전공이나 직종이 다른 인력을 배치한 후 몇 개월 안 되어 원래 직종에 배치하거나 명분에 집착하여 계속 직위를 유지시키는 경우, 동일인을 대상으로 1~2개월에 한번 정도씩 인사발령을 한 일 등 원칙을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권 남용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조직리더의 재임기간이 짧고 농촌진흥사업에 대한 사전 충분한 인식(철학, 지식, 태도 등)이 되어있지 않은 경우에는 합리적인 조직관리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청장이 새로 올 때마다 일하는 분위기 쇄신 또는 코드가 맞는 간부 선임을 위하여 큰 폭의 인사를 하고, 상급기관 또는 어떤 상황적 요인에 맞추어 조직이나 일하는 방식을 자주 바꾸면 기관정체성의 약화와 활력의 훼손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인사관행은 우리나라의 정부, 공공기관에 비일비재한 상황으로 최소한 3년 정도 임기의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여 리더로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인사관리제도의 혁신이 그야말로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