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의 어린 손님들(1)
지난 2월 하순, 제법 바다 바람이 거세던 날, 앞으로 평일에는 우리집 큰 아이에서 비롯한 5살짜리 손녀와(2009.11.10일생), 3살짜리 손자를(2011.11.21일생)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손님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26~27일 1박 2일로 전남의 항구도시 "목포"를 집사람과 함께 찾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직장생활할 때, 4-H회원들과 함께 찾았었는데 출신 성분이 다른 회원들 간에 누가 선배인가를 두고 다투던 일과 남농기념관 정도의 기억만 흐릿하던 차에 유달산, 노적봉, 그리고 비릿내나는 부두와 바다가 왠지 그리워 조금은 설레는 마음 안고 다녀왔지요.
수원에서 호남선 열차를 타고 4시간 반 정도 걸려 목포에 도착하여 자연사 박물관, 남농(허건)기념관, 갓바위를 거쳐 평화광장에 있는 모텔에서 여장을 풀었는데 때가 좀 어정쩡하여 스산한 느낌을 강하게 갖게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후에 영산간댐 하구와 바다, 그리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노적봉을 지나 유달산 허리를 돌며 난 전시관, 자생식물원, 조작공원, 이훈동 정원, 구 일본대사관, 국도1,2호선 기점 표지 등을 보면서, 목포는 옛 영화를 안고 조용히 풍운을 겪고 있는, 정든 님을 보낸 허전한 마음의 노신사와도 같은 항구도시라는 소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날씨도 그랬고, 풍경이 삭막한 계절에다가 이제는 황금의 나이에 마음대로 놀러다니지도 못하고 "어린 손님들"에게 매여 살아야되는 어떤 운명이나 절망감 때문에 그러한 느낌을 더 받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1박2일 집사람과의 목포여행은 왠지 애잔한 흐름의 자욱을 남긴 여행이 되었고, 이후 3월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어린 손님들" 맞을 준비하는 평일날 자유의지의 마지막 여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영산강댐하구, 노적봉, 다산목, 조작공원에서와 갓바위 앞에서 한 장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