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2. 13. 18:27

시 한수

서리산, 철쭉

전 병 윤


서리산 霜山 정상에 가면

날 기다리는 철쭉이 산다기에

그를 만나러 간다


내 뛰는 가슴 소리 들렸던가

어느새 산 중턱에 마중나와

꽃자리 펴 놓은

환한 웃음이 달려든다.


기다린 세월 오래였던가

키보다 더 높이 꽃집 지어 놓았는데

난 너무 무심했다

무시로 범하는 흑바람 제치고 피운

저 티없는 분홍빛 웃음 속에

상생의 우주가 있다

난 누구에게 저렇게 웃어준 적 있었던가


얼마나 가슴을 넓게 열어야, 아니

땅속 깊이 사랑의 뿌리내려야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 아파트 그늘에 가려 산다지만

사랑과 웃음 뒤에 숨은 박쥐

박쥐 같은 것 쫓아내라고 한다.



= 직장생활 선배이자 상사이셨던 분의 시집 “산바람 불다”에 수록된 시를 옮겨 보았습니다.

정말 나 자신, 누구를 위하여 철쭉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어준 적이 얼마나 되는지,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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