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6. 23:35

씁쓸한 귀경길, 우리의 교통문화

오늘 집에서 차례를 지내고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고향의 뒷동산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서니 내가 사는 동네보다 예상 외로 눈이 많이 와서 큰 아이는 조심스럽게 차를 운전하면서 아버님 산소 옆의 산길을 지나 둘째집 형님 댁으로 갔다.

증조부모 부터 조부모, 그리고 아버지를 포함한 4형제분 등의 성묘를 하노라니 등에 땀이 밸 정도, 그러면서도눈이 정강이 까지 쌓일 정도로많이 왔으나 새하얀 산하가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주어 좋았고,집으로 돌아와 형수님(조카 며느리 포함)이 만드신 그야말로 자연의 맛과 내음이물씬 풍기는김치와 떡국, 잡채, 부침 등을맛나게 먹으며 조카와 설날 술을 마시다.

조카의 아이들(손자, 손녀)이 수줍음을 많이 타억지로 세배를 시키고 세배돈을 주고 형님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올라오려니 마음이 찌운하고 서운하였다.

다른 때 같으면, 형님하고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을 판인데, 신병으로 퇴원하신지 얼마되지 않아 술도 못하실 형편이 되니 웬지 형님께 죄송하고, 병노하신 형님이 측은하여 마음이 언짢았다.

그런 마음으로 상경하는 길에 관내 읍입구 사거리를 지나 1차선을 가고 있는데 우리보다 약간 후면의 2차선에 있던 어떤 SUV 차량이 우리 차의 앞으로 급선회 하면서 끼어들기 시도를 하여 크락션을 울렸는데도 그냥 끼어드니우리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세게 부딪치는 것을 피하려고 약간 접촉을 하면서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까지 그 차를 피하여 정지를 하였다. 그랬더니 그차 [차 번호는 내 암호로 (기사)부(서시서시)]운전자가 문을 열고 나오면서 다짜고짜 성질을 내면서 큰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점잖은 우리 큰 아이의 응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술먹어 얼굴이 벌개진 내가 시시비비를 따지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다, 그친구 나보고 "술취한 양반이 뭐이래' 하면서 반말로 나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적반하장격으로 웬만하면 그냥 갈려했는데, 내가 덤비는 바람에 못참겠다 하면서 교통경찰을 불렀는데, 그들의 역할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으니, 신원파악과 사고현장 촬영을 마치고, 가벼운 접촉사고이니 두 분이 알아서 처리하라며 가 버렸다. 그 후에도 이 친구는 교통관계 전문업무를 20년 간 하였다는데(그의 부인이 말함) 끝까지 자기가 잘하였다고 하면서 우기길래, 내가 자초지종을 따지니 집사람과 며느리, 큰 아이가 나를 멀리 떼어 놓아 그냥 보아하니 우리 측 사람들이 미안하게 됐으니 서로 그 정도로 각자 사고는 처리하자고 하는 모양, 그러니까 헤어질 때 그 친구가 하는 말이 끝까지 자기 잘못은 추호도 인정하지 않고 큰 아이를 가리키며 '젊은 친구 보아 그냥 간다'고 하길래 내가 비위장이 상해 같은 말이면 나이먹은 나를 보아 그냥 간다고 하면 좋으련만, 당신도 알아볼만한 사람이라고 바른 소리를 하다.

큰 아이는 자기가 더 큰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오히려 안스러워하는 것 같아 내가 아이들 훈육이 너무 나약하지 않았나 후회도 하여보며, 그간 몇번 겪었던 교통사고 문제는 똥싼 놈이 더 큰 소리친다는 사실을 실감하였으며, 그 떼쓰기가 아직도 대한민주주의공화국에서는 종종 통한다고 생각하니 맥이 빠진다.

그야말로 우리의 문화가 이 정도인가 나를 비롯하여 크게 반성해야 되리라 생각하며 집에 돌아와 즐거운 설날 씁쓸한 감정을 블로그에 싣고 싹 잊어버리려 한다.

그래도 끝까지 겸손하고 진지한 자세를 가졌어야 하지 않나하는 반성도 해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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