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29. 01:09
어린손님대하기어렵지만(조부모의 어린손님들 6)
2016. 10. 29. 01:09 in 교육문화
세월이 참으로 빠르다. 서유럽 4개국을 엊그제 갔다 온 것 같은데 한 달이 지났다. 그 기간 중 계획했던 대로 손녀 선물 사는 데 신경을 좀 썼다. 두 동생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받고 야단도 맞고 하여 여간 침울해진 것이 아니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할 때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동생들은 한 가지씩만 샀지만 손녀에게는 공통으로 가방걸이 장식품과 손목시계, 그리고 피렌체에서 가죽을 몇 대에 걸쳐 가업으로 이어가는 회사의 작으마한 어깨가방 - 그것은 커서도 소품들을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을 것임 -을 20만원 가까이 주고 사왔다. 아이는 매우 기뻐했다. 그간의 설움을 보상해주고 기를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밑 남동생이 문제, 누나 선물이 많은 이유를 알아듣도록 설명해주었지만, 내 품에서 소리 내지 못하고 서너 차례를 흐느껴 울었다. 그래도 마음 독하게 먹고 손녀에 우선을 둔 것에 타당성을 부여하였다. 손녀는 외할머니 댁에 있을 때에 우리를 위한 소품을 만들어 선물했고, 그림까지 그려서 목록까지 쓰면서 선물 준 것에 감사하고 사랑한다며 오래 사시라고 했다. 그런 후 10여일 정도는 동생들 특히 바로 아래 아이와 별 문제없이 지내는 것 같았는데, 이제는 그 둘 사이가 거의 예전의 견원지간(?)으로 되돌아왔다. 참으로 형제들 간의 시샘과 경쟁은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혹자가 말하기를 아이는 세 살 때까지 평생 제가 부모에게 질 신세를 먼저 갚는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큰 아들 막둥이 손주가 그렇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갓난 아이 때부터 함께 할 기회가 많은데 그 아이가 주는 기쁨은 기도나 명강의로 인하여 내 마음이 뿌듯했을 때와 견줄 수 있도록 기쁨을 가득 선사한다. 달려와서 내 품에 안기고, 나와 눈이 마주칠 때 웃는 모습, 그리고 새로운 행동을 한다거나 안녕히 계세요라고 웅얼거리며 푹 수구려 인사하는 모습, 공을 나를 향해 던지거나, 힘을 주어 전등을 눌러 켜는 모습, 어른이 무언가를 가르쳐주면 어색하지만 따라서 하든가, 음악을 따라 흔들고 무어라 소리칠 때, 그야말로 엔돌핀이 팍 솟는다. 집사람이 한 말이 실감이 난다. “아이 돌보기를 회피하는 조부모들이 이러한 기쁨을 알 수 있나? 이건 금을 줘도 못사는 보물이야!”. 어제는 둘째 손주 유현이가 할머니가 요리해준 작으마한 닭다리를 젓갈로 집고 맛있게 먹는 바람에 밥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해치워 얼마나 대견해하고 뿌듯해했는지 모른다. 내 아이에서 챙기지 못했던 기쁨을 대를 뛰어넘어 손주들에게서 느낀다.
< 매일 소매치기 조심하라는 주의를 들으며 급하게 돌아친 9일간의 여행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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