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19. 02:07

조부모의 어린 손님들(2)

  세월은 쏘아논 화살인가, 시속으로 따지면, 내 나이와 같은 육십몇 마일로 달려가는 것 같습니다. 어린 손님들을 맞은지 9개월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냈나 봅니다. 이제는 막둥이 손자가 아침 어린이 집에 가기 전에 옷입히려면 할아버지와 장난치자고 냅다 안방으로 내빼고, 손녀 유리공주는 내 마음을 읽는데 "밥먹을 때 자세는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물으면 "티브이 보면서, 책 읽으면서 밥먹지" 등으로 기대하는 대답이 아닌 엉뚱한 말로 궁지를 빠져나갈 정도로 컸습니다.

  어짜피 닥친 손주돌보기를 인생 후반기의 해야할 사명(미션)으로 삼자고 시작한 일이지만 쉬운 일이 아닌걸 절감합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아이들의 언행을 어떻게 이끌어주어야 하는지, 밥을 잘 먹게 하는 일이 가장 어렵다는 것, 혼자서 잘 놀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또한 TV 프로의 "어린이 시간"이 얼마나 유용하고 소중한지도 깨달았고, 함께 보며 이야기 하는 일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는 일과 내 욕심을 자제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 등을 두어권의 선배, 전문가들이 쓴 책을 읽으며 절감하기도 했습니다. 아이와 정겹게 지내다가도 제 부모가 오면 우리는 개털이된다는 것도, 그래서 왜 선배들이 책에서 아이들에게 올인하지 말라고 이야기 했는지, 그들은 결국 머물다 떠나갈 손님들이란 것을...

  아래의 사진들은 지난 8월 초에 간신히 아들 부부의 일정에 맞추어 손주들 보지 않아도 되는 기회를 만들어 저희 부부가 호주에 며칠 다녀와서 올린 추억의 사진 몇 장입니다.

 

< 황금해안, 어느 개인 별장, 캥거루와 코알라, 공원의 아름드리 나무, 오페라하우스 등 >

 

 

 

 

 

 

 

 

2013. 9. 21. 23:34

조부모의 어린 손님들(1)

  지난 2월 하순, 제법 바다 바람이 거세던 날, 앞으로 평일에는 우리집  큰 아이에서 비롯한 5살짜리 손녀와(2009.11.10일생), 3살짜리 손자를(2011.11.21일생) 아들 내외가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손님으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26~27일 1박 2일로 전남의 항구도시 "목포"를 집사람과 함께 찾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직장생활할 때, 4-H회원들과 함께 찾았었는데 출신 성분이 다른 회원들 간에 누가 선배인가를 두고 다투던 일과 남농기념관 정도의 기억만 흐릿하던 차에 유달산, 노적봉, 그리고 비릿내나는 부두와 바다가 왠지 그리워 조금은 설레는 마음 안고 다녀왔지요.

 수원에서 호남선 열차를 타고 4시간 반 정도 걸려 목포에 도착하여 자연사 박물관, 남농(허건)기념관, 갓바위를 거쳐 평화광장에 있는 모텔에서 여장을 풀었는데 때가 좀 어정쩡하여 스산한 느낌을 강하게 갖게 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 후에 영산간댐 하구와 바다, 그리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노적봉을 지나 유달산 허리를 돌며 난 전시관, 자생식물원, 조작공원, 이훈동 정원, 구 일본대사관, 국도1,2호선 기점 표지 등을 보면서, 목포는 옛 영화를 안고 조용히 풍운을 겪고 있는, 정든 님을 보낸 허전한 마음의 노신사와도  같은 항구도시라는 소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날씨도 그랬고, 풍경이 삭막한 계절에다가 이제는 황금의 나이에 마음대로 놀러다니지도 못하고 "어린 손님들"에게 매여 살아야되는 어떤 운명이나 절망감 때문에 그러한 느낌을 더 받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하튼 1박2일 집사람과의 목포여행은 왠지 애잔한 흐름의 자욱을 남긴 여행이 되었고, 이후 3월 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어린 손님들" 맞을 준비하는 평일날 자유의지의 마지막 여행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영산강댐하구, 노적봉, 다산목, 조작공원에서와 갓바위 앞에서 한 장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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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1박2일

바쁘다는 핑게로 미뤄오던 내 영원한 반려자와의 하룻밤 자는 부산 여행,

이제는 본격적인 손주 봐주기가 시작되면 그나마 남아있는 60대 후반 이후에

내발로 걸어 건강한 모습으로 세상 구경할 기회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

이리저리 시간을 쪼개어 KTX로 떠난 1박 2일의 부부만의 여행.

인터넷 뒤져서 관광지도를 보며명승 문화유적지, 숙소, 먹거리 집 찾기 등의

계획하는 재미도 쏠쏠,

예전의 겨울바다도 생각하며 찾아본 해운대 백사장, 그리고 ASPEC회의시

동백섬에 건축한 예술작품인 누리마루, 최치원 동상, 아쿠아리움에서의 유유히

헤엄쳐다니던 가오리, 입소문으로 유명해진음식점에 우연히 다달아 음료수

한잔과 함께 먹은 시원한 대구탕. 그리고 태종대 숙소에 들어와 느낀 또 하나의

시원한 기분 오랜만에 월드컵 대표팀의 "2:0"승리 날씨도 쾌청하였다면 더...

휴대폰 신호소리에 잠이 깨었으나 깊은 잠 다시 들었다 일어나보니 참에 비친

햇살은서쪽에서 온듯하여 방향감각에 일대 혼란 - 춘천에 밤열차 타고 갔을

때처럼 -, 그러나 정작 태종대 둘레길로 들어서니 정신은 맑아지고 가는 방향은

분명해져 바다 위에 점점히 떠있는 배들의 모습이 정겹고 좀은 세차게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싱그러워 이러한 절경을 가까이에 품고있는 부산 사람들이 부러울뿐,

유람선을 따르는 갈매기와 바위에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어둠을 밝히는 흰색의

등대 등,걸어서 한바퀴 돌고나니 음식점 아줌마 말의 세배가걸린 3시간 소요.

어제의 백사장과 오늘의 산행길(?)로집사람이 피곤해하는 것 같아 시내 일정을

줄여볼까 했으나 눈치를 보니 잘하면 통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일정대로 진행하여

중앙동 사거리의 눈물의 "40계단 테마거리"에서 부터 도보로 시작하다.사실,

여행은 친한 사람일수록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은데, 사소한 일로 틀어지기 쉽고

서로 취향이 틀리면 동반자로서 여행의 의미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볼품없는

40개의계단, 몇개의 아코디언 아저씨 같은 상징물들, 박재홍의 "경상도아가씨"

노래 등이 흥미못갖는 사람들에게 무슨 재미를 줄 수 있겠는가싶은데...,

계속 걸어서 용두공원 부산타워에서의 조망, "외국 악기전" 관람, 그리고 또

걸어서 자갈치시장 구경과 쇼핑, 조개구이 먹기,PIFF(Pusan Internat'l Film

Festival)거리의 재미난 풍경 감상하며 돌아보기, 그리고 또 걸어서 부산역까지

오니 다리의 피곤이 극치에 다달았으나 "생양다래 음료"가 회복제 역할을 해주고

열차 내에서의숙취한 2시간의 잠은또 다른 "우리 두 사람의 여행"을 탐색하게

해줄 활력소가 되었을 것으로 기대하며,돌아오니 자정이 가까워 정다운 우리집.

<1박2일간 걸으면서돌아본 정겨운, 그리고 추억어린 몇편의 부산 풍경들 >







<짐승의 턱뼈도훌륭한 타악기, 죽어서유익주는 사람보다 나은 국산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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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늘 시작할 수 있는 인생

처음처럼

- 신영복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 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 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 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 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 처음처럼 그렇게 모든 희망과 진실을 담은 삶이 영원하기를....>




<등나무 꽃을 찍은 날, 잔뜩 찌프린 하늘 아래긴장한 듯 우리 아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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